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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특목고 가려고 중학생 전학 행렬

Posted April. 23, 2009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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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영통지구에 사는 아영이(가명15)는 매일 아침 좌석버스에서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잠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아영이가 학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3001번 좌석버스를 타고 50분을 달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도착한 뒤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집을 나선 아영이가 학교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이 넘는다. 하지만 두 달 전만 해도 아영이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중학교에 다녔다.

아영이는 올해 초 부모님께 서울로 전학 가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특수목적고 지원을 광역시도 단위로 제한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였다. 아영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원외고에 가고 싶어 했다. 아영이는 실력이 안 된다면 몰라도 사는 지역 때문에 원하는 학교에 못 간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영이는 전학한 후에도 영통에서 살지만 가족 모두 주민등록 주소는 서울 강남에 있는 큰 이모 집으로 돼 있다. 아영이 어머니는 일단 오피스텔이라도 얻어 뒷바라지할 생각에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영이처럼 지방에 사는 학생이 서울지역 외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10월 31일까지 전학 절차를 마쳐야 한다. 아영이는 그래도 새 학년 초에 전학이 많아 전학 이유를 감추기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동네에도 전학을 생각하는 친구가 더 있다고 귀띔했다. 특목고 진학 대비 학생들이 찾는 인터넷 카페에도 전학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2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강남교육청 관할 중학교로 전학 온 학생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5.9% 늘었다. 3학년 전학생은 이보다 많은 30% 증가했다. 송파구, 강동구를 관할하는 강동교육청도 전체 전학생 증가율(27.1%)보다 3학년 전학생 증가율(43.5%)이 더 높다.

전학하는 지역이 서울 강남으로 몰리는 데는 특목고 입시에서 실패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은 일반계 고교로 진학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전학 오는 학생들은 거주지 실사 등을 통해 위법 여부를 최대한 가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역 전학이 쉽지 않자 또 다른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외고가 없는 강원, 광주, 울산으로 자녀를 전학 보내려는 학부모가 늘고 있는 것. 서울지역 중학교 졸업생뿐 아니라 외고가 없는 지역 중학교 졸업생도 서울지역 외고에 지원할 수 있다. 전세 비용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이 방안을 선호하는 학부모도 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강원 원주시로 전학 보내려는 한 학부모는 사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만 평일에 혼자 공부하고 주말 특강을 이용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생계 문제로 전학을 포기한 한 학부모는 지역 제한은 원하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자 하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자고 나면 바뀌는 것이 교육정책이니 또 한 번 정책 결정자의 변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