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범죄수익 분배금

Posted April. 16, 2009 07:28   

中文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빼돌린 회사 돈으로 금품을 뿌린 대상에는 노 전 대통령의 가족을 포함해 친형인 노건평 씨, 측근인 이광재 의원, 김원기 전 국회의장, 박정규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등 지난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포함돼 있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공무원 판검사 경찰 지방자치단체장들에 이르기까지 박 회장이 뿌리는 수백억원의 음습한 돈을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겉으로는 도덕적인 체하며 세상이 다 썩은 듯 호통쳤던 정권 핵심들이 뒤로는 너나없이 거액의 뇌물에 흐물흐물 녹아버린 것이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돈을 받은 것으로 검찰이 적시한 일람표에도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윤태영 전 대변인, 임찬규 전 비서관, 여택수 전 행정관 등 청와대 비서진, 명계남 전 노사모 회장. 김우식 전 비서실장은 사무실 임차료로 받았다니 하니 검찰이 따져보겠지만, 박 회장과 강 회장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노 정권 실세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박 회장이 뿌린 돈은 상당 부분 정권의 보호를 대가로 얻은 부정한 소득을 원천으로 하고 있다. 노건평 씨는 농협 자회사였던 휴켐스의 헐값 인수(2006년 7월)를 도와주고 받은 이익금의 일부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이 각별히 도와준 것으로 알려진 3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2007년 12월) 역시 박 회장의 뇌물성 돈 잔치의 밑천이 됐다. 기업인이 부당하게 번 돈을 권력에 바치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다. 강 회장이 뿌린 266억원도 횡령 탈세 등을 통해 마련한 범죄수익 분배금이라는 점에서 본질상 다를 게 없다.

이같은 부정한 거래의 1차적 피해자는 경쟁에서 탈락한 선량한 기업들이다. 국민경제 교란과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이미지 추락을 생각하면 결국 전체 국민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대선과 총선에서 그들을 지지했던 국민은 분노에 앞서 속았다는 허탈감이 들 것이다. 포장마차를 건드리지 않는 대가로 보호비 명목의 돈을 받아 챙기는 조직폭력배나 단속을 눈감아주고 봉투를 챙기는 투캅스와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