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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범죄에 무방비

Posted March. 30, 200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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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업체 엑서스테크놀러지의 김기태() 부사장은 제품을 설명하면서 고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 한다. 노트북컴퓨터로 다른 빌딩의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 사무실에서 몇 km 떨어진 역삼역 부근 빌딩의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두루누리(유비쿼터스) 환경.

무선통신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인 선()이 없어지면서 인터넷 사용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보안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기업과 가정에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무선랜 서비스의 보안이 극히 취약해 쉽사리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선 인터넷 환경에서는 물리적으로 지정된 장소에 있어야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지만 무선랜은 건물 바깥에서도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치한 무선랜 접속장치(AP)에 다른 사람이 접속해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무선랜을 사용하면 인터넷 범죄 수사의 기본인 인터넷 주소(IP) 추적조차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누가 접속했는지 기록이 남지 않아 인터넷을 이용한 협박이나 해킹 같은 범죄가 발생해도 수사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에선 최근 범죄자들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무선랜으로 다른 사람의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무선랜 사용자는 2002년 KT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정식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만 KT의 네스팟 45만 명을 포함해 약 50만 명에 이른다. 또 요금을 내지 않고 개인이 사설 공유기를 구입해 설치한 사람도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들 사용자가 보안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무선 보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정보보안업체에는 무선랜 환경을 갖춘 기업과 대학에서 보안을 강화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일부에선 현재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휴대 인터넷(와이브로)이나 홈네트워크 시스템도 무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석민 김상훈 smhong@donga.com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