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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찰위성, 2단 점화 불발에 10여분만에 서해 추락…“기술적 결함 가능성”

北 정찰위성, 2단 점화 불발에 10여분만에 서해 추락…“기술적 결함 가능성”

Posted June. 01, 2023 07:36   

Updated June. 01, 202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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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1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쪽 200여 km 해상에 추락했다. 발사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약 400km 떨어진 서해상의 한중 잠정조치수역이다. 당초 북한이 일본 해상보안청과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통보한 1단 추진체 낙하예상구역(충남 대천항 서남쪽 최대 300km)에도 채 닿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창리에서 2차 추진체 낙하예상구역(필리핀 동해상)까지 최대 3100여 km(직선거리) 비행구간의 8분의 1 정도를 날아가는 데 그쳤다.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7년 만의 위성체 발사가 완전히 실패한 것. 위성 발사 실패 사례로는 2012년 4월 ‘광명성 3호’ 발사 실패 이후 11년 만이다.

● “발사 절차 빨리 진행 北, 2단 추진체 엔진 고장”

이날 오전 6시 29분경(합참 발표 시간, 북한은 6시 27분이라고 발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싣고 발사된 북한의 발사체는 10여 분 뒤인 6시 40분경 서해상에 추락했다.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추락했다”는 북한 발표로 볼 때 1단 추진체의 연소 및 분리 후 2단 추진체 엔진이 고장 나 점화가 불발된 것이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발사체 추력이 급격히 떨어져 통제 불능 비행을 하다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2단 추진체의 스타터(시동기)나 터보펌프 등에 문제가 생겨 연료와 산화제가 엔진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액체연료 추진체의 엔진은 ‘스타터 작동→터보펌프 가동→연료와 산화제 엔진 내 유입→점화제 주입’ 절차를 거치는데 초기 단계에서 오작동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 또 추진체의 수많은 밸브 중 일부가 문제를 일으켰을 개연성도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새 엔진의 충분한 지상연소시험 등을 하지 못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신형 발동기(추진체)의 믿음성(신뢰성)과 안전성이 떨어지고”라는 북한 발표에서 보듯 성능 검증이 미비된 채로 발사를 강행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연료 특성의 불안정성”을 언급한 점에서 더 강한 추력을 내려고 기존 로켓 연료와 성분 조정비를 다르게 한 것이 실패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화성-15·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개량한 액체연료 엔진으로 위성 발사에 나섰다가 기술적 결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군 관계자는 “이번 발사는 과거보다 (발사 절차가) 좀 더 빨리 진행됐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동창리 발사장의 개보수·증축 등을 통해 위성체 조립과 발사체 탑재, 발사대 기립 등 발사 과정을 최대한 숨기는 동시에 한미 감시망을 피해 절차를 단축시켜 급하게 진행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軍, 신속히 잔해 수거…ICBM 기술 규명 주목

군은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1시간 40여 분 뒤인 오전 8시 5분경 어청도 서쪽 200km 해상에서 떠 다니던 1, 2단 추진체 연결단으로 추정되는 원통형 잔해를 수거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일본 해상보안청에 발사를 통보한 직후(29일)부터 수상구조구난함인 ‘통영함’ 등 함정들을 1단 추진체 낙하 예상 해역에 출동시켜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건져 올린 잔해의 겉면엔 ‘점검문 13(기구 조립)’이라고 빨간색 한글이 또렷히 표기돼 있었다. ‘점검문’은 발사 준비 과정에서 기술진 등이 동체 내부를 점검할 목적으로 여닫는 문을 의미한다. 외형상 2012년 4월 수거한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 잔해(산화제탱크)와도 유사하다. 군은 정확한 실체는 정밀 분석을 거쳐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해당 수역에 1, 2단 추진체 등이 모두 추락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인양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추진체를 모두 수거할 경우 북한 ICBM 기술력 규명에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은 2012년 4월 발사에 실패한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 잔해 등을 수거해 국내외 전문가의 정밀 분석을 거쳐 북한이 1만 km 이상 날아갈 수 있는 ICBM의 독자 개발 기술을 갖췄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군 당국자는 “정찰위성까지 수거할 경우 북한 위성 기술의 실체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고도예 기자


윤상호 ysh1005@donga.com ·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