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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와 국방장관 회담 거부… “탄압하며 소통 의미없어”

中, 美와 국방장관 회담 거부… “탄압하며 소통 의미없어”

Posted May. 31, 2023 07:52   

Updated May. 31, 202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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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다음 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을 갖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아시아 주요국 안보 사령탑이 총출동하는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이 미국의 회담 요청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은 이례적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이 행사에서 웨이펑허(魏鳳和) 당시 중국 국방부장을 만나 북한, 대만 사안 등을 논의했다.

중국은 명확한 거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산 무기 구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2018년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오른 리샹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의 제재를 아직 미국이 풀어주지 않는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1호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의 대만 무기 지원,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등 양국 간 군사 현안을 둘러싸고 팽팽한 긴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中 “美 탄압 지속, 소통 의미 없어”

샹그릴라 대화는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매년 주관하는 안보회의다.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유럽 주요국 국방장관이 참석해 안보 현안을 논의한다.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회담 거부와 관련해 WSJ에 “미국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탄압하고, 중국 관리 및 기업에 대한 제재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런 소통에 어떤 진정성과 의미가 있을 수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미국이 리 부장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는 한 중국이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 기술자 출신의 리 부장은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장으로 재직하던 2018년 러시아제 수호이(Su)-35 전투기, S-400 방공 미사일체계 구매를 주도해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월 그를 국방부장으로 발탁한 것 또한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오스틴 장관이 이달 초 리 부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샹그릴라 대화에서의 회담을 요청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중국이 거부했다며 “막판까지 회담을 조율했던 과거와 비교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 中, 美에 대만 ‘레드라인’ 재강조할 듯

중국의 국방수장 대화 거부를 두고 최근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의 속도를 앞당기겠다고 거듭 밝힌 미국을 향해 중국이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양보도 없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30일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는 리 부장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레드라인(Red Line·양보할 수 없는 선)’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부 세력이 중국 내정에 개입해선 안 된다”며 사실상 미국에 경고를 보낼 것이란 의미다.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25일 미국에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 가운데 중국이 돌연 양국 국방장관 회담만 거부한 것을 두고 중국이 ‘투트랙 전략’으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의 경제담당 관료들을 상대할 때 영향력을 더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안보보다 경제를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