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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30주년 기념전 한창인 일본 교토 ‘고려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한창인 일본 교토 ‘고려미술관’

Posted October. 08, 2018 08:33   

Updated October. 08, 20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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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교토(京都)시 북부의 호젓한 주택가에서 단연 눈에 띄는, 정겨운 한국식 기와 담장으로 둘러싸인 3층 건물. 한국 문화재만 전시하는 해외 유일의 박물관인 고려미술관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어딘지 낯익은 5층 석탑이 반겼다. 정희두 고려미술관 상임이사(59)는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전기 양식인 이 탑은 1910년대 일제에 수탈된 것을 되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탑의 기단을 연신 어루만지는 손길에서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이 탑은 고베의 한 부잣집 앞뜰에 무너진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10년간 집주인을 설득한 끝에 찾아왔지요. 우리 미술관의 소장품은 저마다 이런 사연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미술관은 정 씨의 아버지인 재일교포 정조문 씨(1918∼1989)가 사재를 털어 1988년 10월 25일 세운 것으로 도자기와 책, 그림 등 한국 문화재 17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7일 방문한 고려미술관은 30주년 기념 ‘정조문과 고려미술관’ 전시가 한창이었다.

 12월까지 이어지는 기념전에서는 정조문 씨가 각별히 아꼈던 소장품 80여 점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한 작품은 돛단배와 물고기가 그려진 질박한 철사항아리. 그는 생전에 “이런 돛단배를 타고서라도 고향 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고려미술관이 이 항아리에 그려진 돛단배 문양을 로고로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뿌리 깊은 차별을 겪으며 자란 정조문 씨는 문화재를 통한 한일 교류에 치유의 길이 있다고 믿었다. 그는 32차례에 걸쳐 일본인 1만 명과 함께 일본 역사에 남은 한국 문화의 흔적을 찾는 답사를 진행했다. 한국문화를 일본인에게 소개하는 박물관을 짓는 것은 그의 일생의 목표였다. 일본의 문호 시바 료타로(1923∼1996)가 그 열정에 감복해 ‘기필(期必) 조선미술관’이라는 붓글씨를 써 선물하기도 했다.

 “간송미술관에서 우리 소장품으로 서울에서 특별전을 열자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고심 끝에 고사했습니다. 우리 미술관은 일본인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세운 것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우리 관람객의 4분의 3은 한국에 연고가 없는 순수 일본인입니다.”(정 이사)

 그렇기에 한일 문화 교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조선통신사 행렬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소장품이다. 지난해 10월 소장 중인 행렬도 2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경사도 있었다. 정 이사는 “수백 년간 전쟁을 치렀지만 프랑스에는 독일문화 전시관이 있고 독일에는 프랑스 전시관이 있듯이 한일 관계도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토=이지운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