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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일압수 문화재 2600점 진위감정 나선다

국립경주박물관 일압수 문화재 2600점 진위감정 나선다

Posted June. 02, 2017 07:11   

Updated June. 02, 201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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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경주박물관이 광복 직후 일본인들로부터 압수한 문화재 2600여 점에 대해 진위 감정에 나서기로 했다. 경주박물관이 소장한 중국 북위(北魏)시대 불상 압수품이 일제강점기 복제품으로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압수품들 가운데 일제강점기 민간업자들이 제작한 유물 복제품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라며 “당시 복제품이 어떻게 활용됐는지도 구체적으로 파악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전체 압수품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경주박물관은 광복 직후 압수한 가시이 겐타로 수집품 가운데 이 북위 불상에 대한 성분 분석을 실시해 복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효수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최근 발표한 ‘일제강점기의 문화재 복제 고찰’ 논문에서 “1915년 충남 홍성군에서 일본 고고학자 도리이 류조가 촬영한 흑백사진 속 불상이 경주박물관 소장품과 똑같은 형태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흑백사진에 찍힌 불상은 당시 홍성에 거주한 일본인 판사가 소장한 것으로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산둥성 린수현박물관에도 같은 모양의 북위 불상이 소장돼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 불상의 광배 뒷면에는 “정광 6년(525년) 6월 10일 베이징에 사는 선경건 부부가 미륵불상 한 구를 삼가 만들다. 위로는 국가와 사방이 안정되고 만민의 바람을 널리 쓸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라는 내용의 명문이 똑같이 새겨져 있다.

 명문에는 분명 한 구를 만들었다고 돼 있는데 불상은 최소 3점이 발견된 것이다. 전 연구사는 “적어도 중국 박물관 혹은 흑백사진 속 불상 중 하나는 복제품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진품의 소재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하마다 고사쿠(濱田耕作) 교토제국대 교수의 제안으로 1920, 30년대 일본 우에노 제작소가 만든 유물 복제품들이 주목된다. 그는 한반도 고분 발굴에 참여한 일본 고고학자다.

 최근 경주박물관이 입수한 1931년 ‘고고학 관계자료 모형 도보’에 따르면 우에노 제작소는 교육·전시용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유물 400여 점을 정밀 복제했다. 이 중 한국 문화재는 고려시대 인종 시책과 경주 입실리 청동기를 비롯해 총 17건 53점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한국 문화재의 복제품을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 연구사는 우리 역사의 독자성을 훼손해 일제 식민사관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었다고 분석한다. 평양 낙랑무덤 출토 유물처럼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이 짙은 유물들이 복제 대상으로 많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모형 도보가 일제강점기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 교육 자료로 배포된 사실이 확인됐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