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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엘리트 해커 30명, 국내 온라인게임 털었다

북 엘리트 해커 30명, 국내 온라인게임 털었다

Posted August. 05, 20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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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범죄조직에 고용된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이 국내 온라인게임을 해킹해 외화벌이를 해온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북한 해커들이 국가기관과 금융기관을 공격한 적은 있지만 국내 사이트를 해킹해 돈벌이를 한 사실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북한이 정책적으로 컴퓨터 영재를 양성해 사이버테러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날 북한 해커들을 고용해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수집하는 불법 프로그램인 일명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해 배포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정모 씨(43) 등 6명을 구속하고 김모 씨(37)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달아난 김모 씨(38) 등 2명은 수배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 등은 2009년 6월부터 중국 헤이룽장() 성과 랴오닝() 성에 온라인게임 아이템 작업장을 차려놓고 북한 컴퓨터 전문가 30여 명을 불러 국내 유명 게임사의 핵심 영업비밀인 패킷 정보를 빼내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오토프로그램은 자동으로 컴퓨터를 작동시켜 사람이 직접 게임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의 레벨과 능력치를 올리는 것. 게임서버 포트에 악성코드를 삽입해 서버와 이용자 컴퓨터 사이에 오가는 데이터 패킷 정보의 암호화 체계를 무력화시켜 정보를 빼냈다. 경찰 관계자는 해커들이 아이템이나 캐릭터 레벨과 관련된 정보만 골라 오토프로그램을 개발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중국과 한국의 판매총책에 넘겨 개당 2만 원씩을 받고 수천 개의 복사본을 판매했다. 이들은 또 별도의 작업장에서 수백 대의 컴퓨터로 오토프로그램을 실행해 게임 아이템을 얻은 뒤 이를 중개 사이트에 팔아 1년 6개월 동안 총 64억 원을 벌어들였다. 경찰은 국내 13개 계좌를 추적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북한 무역업체와 정식으로 계약을 하고 북한 해커들을 영입했다. 중국동포 이모 씨 등은 중국 현지에 있는 북한 무역업체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 직원들과 협의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초청서를 북한에 보내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의 승인을 거쳐 북한 해커들을 초청해 왔다.

경찰은 국내 범죄조직이 프로그램 개발비와 프로그램 판매대금 중 55%를 북한 해커에게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커들이 매달 월 500달러씩을 북한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냈다고 피의자가 진술했다며 정 씨가 거래한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는 북한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만들어 관리하는 39호실의 산하기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씨의 e메일에서는 국내 개인정보 66만 건이 담긴 파일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메일이 북한 해커의 계정에서 발송된 것을 확인해 북한 해커들이 국내 개인정보를 빼내 다른 범죄에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