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복싱=최요삼 뇌사 판정(재송)

Posted January. 03, 2008 04:36   

中文

링 위의 오뚝이로 불렸던 최요삼(36). 하지만 끝내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일 뇌사판정위원회 (위원장 이정교 신경외과 박사)를 열고 지난해 12월 25일 헤리아몰(24•인도네시아)과의 세계복싱기구(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털 타이틀 매치를 마친 뒤 의식을 잃었던 최요삼에 대해 뇌사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어머니 오순희(65) 씨를 비롯한 가족은 이날 최요삼의 사망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날은 최요삼의 부친 최성옥 씨의 기일이다. 1996년 사망한 최 씨의 사인도 뇌출혈이었다. 최요삼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아버지가 나에게 힘을 줄 것이다고 했지만 아버지의 기일에 뇌사 판정을 받는 기구한 운명이 됐다. 뇌사 판정 후 사망 선고가 내려지기 위해서는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가족은 아버지와 아들의 기일이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3일 오전 0시 최요삼의 사망 판정에 동의했다.

가족은 하루 전인 1일까지만 해도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동생 경호(34) 씨는 형은 마지막 12라운드를 마쳤다. 경기에서 이겼으니 인생에서도 이기도록 마무리를 잘해 주고 싶었다며 다 주고 떠난다. 많으면 9명에게 장기 기증을 한다. 이것은 형의 뜻이다. 형의 신체 일부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면 그 사람들을 통해서 형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일찍 가는 것뿐이다. 형은 결혼을 하지 않아 후손이 없지만 마지막 가는 순간에 전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아낌없이 베풀고 가게 돼 결국 인생의 승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은 뇌사 판정이 나오기 이전부터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있던 상태였다. 2, 3일 전부터 최요삼의 얼굴이 심하게 부어올랐고 간과 신장 등이 조금씩 손상되고 있었다. 최요삼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뇌사 판정이 나온 2일. 경호 씨는 인공호흡기를 떼기 전까지 형은 죽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야 한다. 여기에 동의하는 우리가 마치 형을 죽이는 것 같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최요삼이 양어머니로 모셨던 복싱계의 대모 심영자(65) 전 숭민프로모션 회장을 비롯해 마지막 가는 길을 보기 위해 찾아 왔던 복싱인들도 눈물을 흘렸다.

한국권투인협의회 이상호(50) 사무총장은 최요삼의 장례를 권투인장으로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요삼은 한국 선수로는 5번째 링 사망자로 기록된다. 1995년 이동춘이 일본에서 가와마쓰 세추와의 경기 후 숨졌다. 1985년에는 국내 아마추어 선수가 경기 중 숨졌고 1982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의 레이 맨시니와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타이틀 매치를 벌였던 김득구가 숨졌다. 프로복싱이 도입된 초기였던 1940년대에도 링 사망 사고가 1건 기록돼 있다. 이 밖에 1982년에는 국내에서 경기를 벌였던 필리핀 선수가 숨지기도 했다.

최요삼의 장례는 3일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다. 5일 화장을 한 뒤 경기 안성시 일죽면 유토피아추모관의 납골당에 유해가 모셔진다. 전 세계복싱평의회(WBC) 플라이급 챔피언 박찬희(50) 씨가 전무로 있는 유토피아추모관은 최요삼에게 특별실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