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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통일부의 금기어

Posted October. 11, 2007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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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것은 옛 소련에서 불기 시작한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였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그 바람을 일으켰다. 그가 1986년 2월 제27차 공산당대회에서 개혁 개방을 천명한 이후 나타난 세계적인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옛 소련의 해체와 민주화, 동유럽의 공산체제 종식, 동서 냉전의 청산, 독일의 통일. 그 바람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회주의 국가를 휩쓸다시피 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북쪽만은 아직도 개혁 개방의 무풍지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이 개성공단 사업을 개혁 개방 차원에서 바라보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 후 개혁 개방은 북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자 통일부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홈페이지의 개성공단 사업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개혁 개방이란 용어를 삭제한 것이다.

통일부의 핵심 업무는 통일정책의 수립 및 집행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과 경제협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북의 개혁 개방을 유도해 궁극적으로 무리 없이 통일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대북 포용정책의 최대 명분이다. 이를 위해 현 정부 들어 올해 8월까지 북에 지원한 돈만도 4조5717억 원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실행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지 모른다. 통일부가 북의 개혁 개방이란 말조차 금기시한다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북에 국민 혈세를 쏟아 붓는 이유도 설명할 길이 없다.

사람의 생각과 말은 행동을 변화시킨다. 1970, 80년대 군사정권이 불러선 안 될 금지곡()과 읽어선 안 될 금서()를 지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을 정상 국가로 거듭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을 앞당기려면, 설혹 북측이 거부감을 나타내더라도 교류 및 지원과 함께 개혁 개방의 당위성을 설파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퍼주기만 하면 북의 변화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