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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든 서울대 재학생들

Posted April. 19,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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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됐다 됐어.

18일 오후 2시 50분경 서울대 자연대 교수회의실. 2시간가량 전화를 붙들고 있던 자연대 수리과학부 석사과정 김미애(25여) 씨는 환호성을 질렀다. 자연대 1학년생의 한 학부모에게서 100만 원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

이날 김 씨 등 서울대 자연대생 5, 6명은 전화로 동문과 학부모에게 기부금 유치전을 벌였다.

기부금 모금 총력전=서울대 자연대는 재학생들이 나서 대학발전기금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재학생들이 기부금 모금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는 교수의 개인적 친분에 의한 기부나 기업의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14일 한 컨설팅업체에서 텔레마케팅 기법을 배웠다. 정형화된 전화 문안을 만들고 표준어를 사용하며 부정적인 말투를 사용하는 것은 텔레마케팅의 기본이다.

이날 전화 모금에 참여한 최성연(23화학부) 씨는 기초적인 교육을 받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연대는 이에 앞서 3일 동문과 학부모 5000명에게 오세정() 학장의 이름으로 기부를 호소하는 편지와 안내문을 보냈다.

오 학장은 이 편지에서 교육과 연구의 수준을 높이는 데 정부의 지원이나 학생 등록금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많은 비용이 든다며 세계 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 졸업생은 퇴직연금 가운데 일부를 떼어서 한 달에 몇 만 원이라도 보내겠다고 연락하기도 했다. 자연대는 퇴직연금까지 기부금으로 받을 수는 없어 이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돈이 필요하다=지난해 해외 석학들의 분야별 전문평가에서 연구와 교육 수준이 세계 30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은 서울대 자연대는 연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발전기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자연대 기획실장 김성근() 교수는 미국 유명 대학의 기부금 순위와 대학의 랭킹은 거의 일치한다면서 서울대 기부금은 미국 10위권 대학의 5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이번 발전기금 모금운동을 계기로 2년 안에 100억 원 이상을 모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부금 모금 백태=바느질을 하면서 수십 년 모은 돈을 대학에 기부한 할머니, 자식들에게 땅을 물려주는 대신 대학에 기증한 노신사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제 개인의 간헐적 기부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 대학들은 ARS 기금모금, 동문 한 계좌 갖기 운동, 보험 가입자의 보험금을 가입자가 지정한 대학에 주는 기부 보험도 생겼다.

영남대는 3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에게 미용 성형수술, 장례 지원 및 묘지 제공, 의료비 지원, 질병 사고에 대비한 보험상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민대는 올 2월 외국계 컨설팅 업체의 진단을 받고 기금 유치를 위해 동문주소 전산화 등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