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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근 조치, 양국 신뢰 훼손”... 왕이 중외교부장 사드 맹공

“한국 최근 조치, 양국 신뢰 훼손”... 왕이 중외교부장 사드 맹공

Posted July. 26, 2016 07:02   

Updated July. 26, 201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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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라오스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자국 외교의 홍보장으로 십분 활용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5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비엔티안 미디어센터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1시간 넘게 집중 설파했다. 북-중 관계 등 다른 이슈에 대한 질문은 받지도 않았다. ‘중국의 주장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는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배격하겠다는 종래 태도를 되풀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견장을 떠나면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야 “좋았다(good)”라는 짧은 소감을 밝혔을 뿐이다.

 다른 현안에 대해서는 양자회담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은 24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외교적 결례나 다름없는 태도를 보였다. 왕이 부장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최근 조치는 양국 신뢰의 기초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비외교적인 방식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이런 반응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한중 회담은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드는 국가 안위와 직결된 주권행위로 중국에게 설득하거나 읍소할 계획은 당초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한중이 만나 얼굴을 붉힐 가능성이 높았지만 정부는 안 만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 이어 외교장관 회담조차 한중 간 만남이 불발되면 ‘사드 외교 난맥상’이 명백해지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중이 못 만난 상태에서 북-중 외교 회담만 성사된다면 오히려 후폭풍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한국은 먼저 중국에 ‘만나자’고 제의하고 “심야시간이라도 좋다, 장소도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며 최대한 편의를 제공했다.

 결국 회담 시간은 중국이 받아들인 시간(오후 10시 15분·한국 시간 25일 0시 15분)이었으며 장소도 중국 대표단 숙소인 돈찬 팰리스 호텔로 정해졌다. 모두발언 없이 악수 장면만 공개하기로 했으나 중국은 “회담장이 크니 많이 모실 수 있다”며 취재기자를 14명까지 들어오라고 한 뒤 ‘비외교적 발언’을 쏟아냈다. 모두발언에서 ‘사드’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회담장을 떠나면서 ‘사드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왕 부장은 “물론이다”라고 쏘아붙였다. 회담에서 한중은 사드에 대한 종전 태도를 확인했다. 외교 당국자는 “우리는 국익 보호라는 측면을 설명했고 중국은 ‘사드 배치 과정을 중단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엔티안=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