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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보고서’ 조작해준 교수들의 연구 윤리는 어디 갔나

‘옥시 보고서’ 조작해준 교수들의 연구 윤리는 어디 갔나

Posted May. 06, 2016 07:23   

Updated May. 06, 201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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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수사 중인 검찰이 그제 살균제 유해성 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서울대 조모 교수와 호서대 유모 교수의 연구실과 집을 압수수색하고 조 교수를 뇌물수수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영국계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알고도 2001년부터 PHMG가 들어간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해성을 알았다면 단순한 과실치사를 넘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옥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살균제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2011∼2012년 두 교수에게 실험을 의뢰했다. 조 교수는 PHMG을 흡입하면 몸에 해로운지를, 유 교수는 PHMG가 인체로 들어갈 수 있는지 등을 실험해 달라는 요청을 옥시로부터 받았다. 두 교수가 ‘PHMG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주자 옥시는 이를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고 피해자들과 합의할 때도 제시했다.

 그러나 옥시 측 주문에 따라 조 교수는 기존 실험에서 10배까지 설정하는 동물 흡입 독성의 최대 노출치를 4배까지로 줄여 실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 교수는 연구의 기본윤리도 지키지 않고 옥시 직원이 사는 아파트에서 실험을 한 사실이 지난달 밝혀졌다. 용역비 2억 5200만원을 받은 조 교수는 옥시로부터 ‘질병관리본부의 실험 결과를 뒤집는 보고서를 빨리 달라’는 재촉과 함께 매달 1000여만 원을 별도로 받은 혐의도 있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정부 집계)인데 그 중 옥시로 인한 희생자가 80%에 이른다. 옥시의 돈에 학자적 양심을 저버린 두 교수가 독성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들이라니 충격적이다. 독성을 알면서도 실험결과를 조작했다면 살인 살균제의 유해성을 은폐한 옥시의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2005년 ‘황우석 파문’ 이후 연구윤리지침을 강화한 서울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대학 측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제안한 특별위원회를 19대 회기 안에 구성해 정부와 검찰의 위험물질 관리 책임과 늑장 수사까지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