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김정은의 포탄상자 수탈사건
지난해 10월 중순 북한 각 기관, 기업소의 노동당 책임자와 행정 책임자들이 밤 10시에 시군 당위원회에 긴급 호출됐다. 이들에게 하달된 것은 최고사령관 명의의 긴급 명령이었다. 내용은 학생과 연로보장(은퇴) 노인을 제외한 모든 성인 남성에게 24시간 안에 포탄 상자 2개씩을 만들어 바치라는 것이었다. 당위원회에선 포탄 상자 견본품까지 보여주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작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상자의 규격은 가로 30cm, 세로 120cm, 높이 30cm로, 직경 120mm 이상의 포탄 2발과 장약을 넣을 수 있는 크기다. 또 포탄 상자는 무조건 폭 15cm, 두께 1.5cm의 이깔(잎갈)나무 판자로 제작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명령이 하달된 순간부터 전국에서 이깔나무 판자가 순식간에 동나기 시작했다. 목재 가공 공장과 가공업자들이 발 빠르게 시장에서 이깔나무 판자와 목재를 사들였다. 그리고 밤새 포탄 상자를 제작했다. 뒤늦게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시장에 나갔을 때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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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