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는 건 돌인가, 물인가, 마음인가[김선미의 시크릿가든]
교토 시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 북쪽의 산골 마을 오하라는 공기부터 깨끗했다. 이른 새벽 비까지 내려 모든 게 청량했다. 돌담이 품은 선명한 초록빛 이끼와 고사리, 새들의 지저귐…. 나흘간 신록의 교토 정원들을 둘러보니 마음의 소란이 가라앉았다. ● 이끼 위 돌의 미소 오하라에서 오전 9시 문이 열릴 때 들어선 곳은 ‘동양의 보석상자’로 불리는 산젠인(三千院)이었다. 8세기 말~9세기 초 헤이안 시대 암자에서 시작해 훗날 황족 출신 승려가 주지를 맡은 천태종의 몬제키(門跡) 사찰이었다. 품격 있는 불당만큼 인상적이었던 건 오래된 숲을 품은 정원이었다. 높다란 삼나무들 밑에 이끼가 두툼한 카펫처럼 깔려 있고, 단풍나무는 이끼에 닿을 듯 말 듯 유려하게 늘어져 있었다. 나뭇가지가 이끼를 해치지 않도록 정원사들이 세심하게 관리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말차 케이크처럼 폭신한 이끼 속에는 와라베지장(童地蔵·아이 모습의 지장보살)들이 숨바꼭질하듯 앉아 있었다. 빗방울로 세수한 듯한 이 석상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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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