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와인에 얼음 띄워 마시는 프랑스인들[정기범의 본 아페티]
여름철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가 거절당하는 일은 의외로 흔하다. 스페셜티 카페가 아닌 동네 카페일수록 그렇다. 프랑스인들은 차가운 커피를 즐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여름만 되면 로제 와인에는 얼음을 몇 개씩 띄워 마신다. 남부 노인들이 테라스에서 얼음이 든 로제 와인을 천천히 마시는 풍경은 프랑스에서는 낯설지 않다.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다소 의아하다. 와인에 얼음을 넣는 것은 금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로제는 원래부터 복잡하게 분석하며 마시는 술이 아니었다. 여름의 긴 오후를 오래 즐기기 위한 생활의 음료에 더 가깝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로제는 특별한 날의 와인이 아니다. 햇살이 길어지는 계절, 친구들과 테라스에 앉아 오래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한 가장 프랑스적인 여름 술이다. 그래서 얼음을 넣는 것도 자연스럽다. 와인의 섬세함을 해친다는 생각보다 더 시원하게, 더 오래 즐긴다는 감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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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