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기억한다는 건[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105〉
“이제 엄마 이름으로 살아갑서.” ―정지영 ‘내 이름은’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하지만 정순(염혜란 분)은 총구 앞에서 이름을 잃었다. 살아남기 위해 친구 정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이라 말한 것이다. 그러자 친구와 자신의 운명이 엇갈렸다. 이름을 빼앗긴 친구는 죽고, 자신은 살아남았다. 제주4·3사건의 비극을 다룬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내 이름은’은 국가 폭력에 의해 자신의 이름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너무 끔찍해 그 기억조차 지워버린 채 살아가던 정순이 기억과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이야기다. 여자 이름이 싫어 개명을 원하는 영옥(신우빈 분)과, 분만 중 숨진 딸이 남긴 손자 영옥을 아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정순. 영화는 이들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 이야기를 병치시킨다. 정순이 어린 시절 겪은 4·3사건은 이웃끼리도 ‘빨갱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서로에게 폭력을 가해야 했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새로 전학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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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