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의 비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366〉

창문(閶門)을 다시 찾으니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구나. 함께 이곳에 왔거늘 어찌 함께 돌아오지 못하는가. 서리 맞아 반쯤 시든 오동나무 같고, 짝 잃고 홀로 나는 백두 원앙 같구나. 들판의 풀, 이슬은 막 마르기 시작하는데, 옛 보금자리와 새 무덤 사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구나. 빈 침상에 누워 남창의 빗소리 듣노라니, 누가 다시 등불 돋우어 내 옷을 기워 주랴. (重過閶門萬事非, 同來何事不同歸. 梧桐半死淸霜後, 頭白鴛鴦失伴飛. 原上草, 露初晞, 舊棲新壠兩依依. 空牀卧聽南窗雨, 誰復挑燈夜補衣.) ―‘자고천·중과창문만사비(鷓鴣天·重過閶門萬事非)’ 하주(賀鑄·1052∼1125) 사별의 슬픔은 동선에서 드러난다. 시인은 쑤저우(蘇州)의 옛 성문을 다시 찾는다. 지난날 아내와 함께 들어왔던 곳이다. 세상은 멀쩡한데 사람만 달라졌다. 그는 자신을 반쯤 말라 버린 오동에, 짝을 잃은 원앙에 겹쳐 놓는다. 반은 이미 죽은 듯한 처지요, 날갯짓조차 갈 곳을 잃었다. 시 후반의 아픔은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