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을 예감한 주유소 풍경[이은화의 미술시간]〈418〉

1940년, 에드워드 호퍼는 한적한 시골길 위의 ‘주유소’(사진)를 그렸다. 이 작품은 흔히 현대인의 고독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읽히지만,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공간적 고요다. 그러나 오래 볼수록 이 고요는 평온함이 아니라, 곧 멈춰 설 듯한 날 선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주유소는 본래 이동과 순환을 전제로 하는 공간이다. 차가 오가고, 연료를 채우고, 다시 길 위로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호퍼의 화면에는 붉은 주유기를 지키는 직원 한 명만 있을 뿐, 자동차도 고객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 장면은 특정 장소를 묘사한 것이 아니다. 호퍼는 직접 방문했던 여러 주유소의 기억을 조합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창조했다. 그가 공들여 구성한 화면에는 당시 미국의 서늘한 현실이 투영돼 있다. 대공황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연료비는 낮았으나 이를 소비할 여력은 제한적이었다. 실업자 또한 넘쳐났다. 많은 주유소가 전력을 아끼기 위해 어둠이 짙게 깔린 뒤에야 불을 켰고, 호퍼는 조명이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