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무비홀릭]월경전증후군 여자, 공황장애 남자를 만나다
[1]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2024년)는 캐나다 영화의 제목이에요. 미국 대통령도 아무 말이나 막 던지는 현실에서 이 정도 혼란스러운 제목은 양반이죠. ‘사샤’란 이름의 소녀 흡혈귀가 주인공인데, 소녀는 흡혈귀로서 치명적인 장애를 가졌어요. 살생을 못 하고, 피 흘리며 죽어가는 인간에게 식욕 대신 동정심을 느끼니까요. 흡혈귀 공동체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사샤는 어느 날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인간 소년 ‘폴’을 만나요. 왕따 당하는 깡마르고 염세적인 이 소년은 사샤에게 “내 목을 물어 뱀파이어로 만들어주면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것”이라고 선언해요. 인간들의 자살모임을 이용함으로써 살생 없이 ‘식사’하는 최초의 인간적 흡혈귀가 되겠다면서 말이에요. 스웨덴 영화 ‘렛 미 인’(2008년)과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년)를 성장물로 변주한 이 영화는 흡혈귀 소수자와 인간 소수자의 조우를 통해 소수의 소수성을 극적으로 드러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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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