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종엽]백성들 문화 담은 한글 현판, 광화문에 좋지 아니한가
어떤 존재가 주체로 서는 건 비로소 제 이름을 쓸 때가 아닌가 한다. 지난달 31일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토론회’를 지켜보던 기자의 머릿속엔 ‘황강아지, 김뭉치, 김바회, 손삭담이, 김슈벅이, 노막산…’ 같은 이름이 떠올랐다. 이들은 18세기 경남 진주의 마진마을 재령 이씨 집안 노비 또는 마을 백성들로, 2016년 발견된 한글 계(契) 문서에 등장한다. 노비나 ‘상놈’들도 양반에 예속하거나 억눌린 삶이 전부가 아니었으며 서로 돕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주체로 살았다는 걸, 한글로 쓰인 그들의 이름은 생생히 증명한다.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뜻을 펴길’ 바랐던 세종과 한글문화를 꽃피우려는 뒷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대중이 중심이 되고, 지식과 정보의 민주화가 이만큼 이뤄졌을까. “시류에 따라 문화유산을 변형해선 안 된다”는 한글 현판 설치 반대 측 주장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한글문화는 고작 ‘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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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