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고 포개진 시간[내가 만난 명문장/최승연]

“시간은 흘러가거나 사라질 뿐 아니라 불어나기도 한다. 이덕무의 시간과 최북의 시간은, 정약전의 시간과 김광석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이어지고 포개진다.” ―김애란 ‘여름의 속셈’ 중 내 나이 서른다섯. 엄마는 서른다섯에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었을까? 시간을 되짚어 보니, 엄마는 그 시절 막냇동생을 낳고 사 남매의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아득해진다. 난 여전히 철부지 같은데, 엄마는 내 나이에 벌써 자식을 넷이나 낳았구나. 엄마는 서른다섯에 이미 대단한 어른이었구나. 김애란 작가는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에 담은 이 글에서 ‘시간은 어떻게 생겼을까?’라고 묻는다. 그녀는 김연수 작가와 그의 딸 열무가 보낸 여름날의 기록에서 힌트를 얻는다. 김연수 작가는 열무를 자전거 앞 아이용 의자에 앉히고 페달을 밟는다. 아이는 연신 고개를 돌려 아빠의 얼굴을 바라본다. 풍경은 흘러가지만 서로 마주한 부녀의 시간은 기억과 문장 사이에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