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서 살아남은 작은 새[이은화의 미술시간]〈413〉

1654년 10월 12일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화약 창고가 터지면서 도시 한복판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수백 채의 집이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날 젊은 화가 카럴 파브리티위스도 서른두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업실과 작품 대부분이 잿더미 속에 사라졌다. 그러나 기적처럼 살아남은 그림이 하나 있었다. 바로 ‘금방울새’(1654년·사진)다. 세로 30cm 남짓한 이 작은 패널화에는 벽에 고정된 먹이통 위에 앉은 금방울새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발에는 가느다란 사슬이 묶여 있고 배경에는 어떤 장식도 서사도 없다. 단순한 화면인데도 놀라울 만큼 생생하다. 실제 새가 벽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트롱프뢰유’, 즉 눈속임 회화 기법 덕분이다. 파브리티위스는 렘브란트의 제자였지만 스승의 극적인 명암법에 머물지 않았다. 화면 가득 밝은 빛과 공기를 불어넣는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촉망받는 젊은 재능이었지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