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매국노’ 이완용의 글씨, 일본인에겐 조선 방문 기념품이었다
‘매국노’ 이완용(1858∼1926)은 글씨를 매우 잘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작자의 사회적 평판이 예술성에 대한 평가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나라에서 오늘날까지 이런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면 혹시 ‘어마어마한 명필’이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좋게든 나쁘게든 그런 인물을 미술사적으로 진지하게 조명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던 게 우리 실정. 그래서 그저 호기심의 영역에 머물러 왔던 그의 글씨를 벼리 삼아, ‘나라 잃은 시대’ 예술계의 풍경을 조명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이완용은 글씨 청탁을 많이 받았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조선을 방문한 일본인이 그의 글씨를 기념품으로 여길 정도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직원인 저자는 이완용이 경성서화미술원과 서화미술회, 서화협회 등의 창설에 깊이 간여하는 등 근대 서화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했음을 서술한다. 독립문(獨立門) 편액 글씨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추적하면서 이완용과 김가진(1846∼1922)이 쓴 천자문 필획과 대조하는 대목, 안중근 의사(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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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