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빅뱅 같은 일출을 줄게[여행스케치]

휴대전화 손전등에 의지해 새벽 산 중턱 오솔길을 오른다. 전날 구름과 안개가 잔뜩 꼈다. 걱정이 화선지에 먹물 배듯 가슴 한쪽으로 스며든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 천문과학관 주차장까지는 차로 올라왔다. 해발 약 260m. 정상까지 이만큼을 걸어가야 한다. 급경사가 아닌데도 조바심에 숨이 조금씩 차오른다. 고개를 위로 꺾어 어둠이 물러나지 않는 하늘을 훔쳐본다. 하얗고 노랗고 푸른 별들을 내가 머리에 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구름 이불에 여전히 덮여 있는 걸까. 길이 서서히 가팔라진다. 사위는 슬금슬금 뽀얘진다. 지그재그 데크 길이 목적지가 가까워졌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정상. 해발 518m 억불산(億佛山)이다. 몸을 빙 돌려 사방을 본다. 참 좋다. ● 그 일출, 끓며 넘치며 동남쪽 멀리 득량만(得糧灣)이 보인다. 장흥 출신 소설가 이승우는 한 작품에서 이런 광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산이 ‘자신의 품을 활짝 열어 옷자락 속에 품고 있던 바다를 꺼내 보인 것처럼 여겨졌다.’ 구름 장막은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