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순간, 소품[허명현의 클래식이 뭐라고]
작곡가는 언제 가장 솔직해질까. 대개 우리는 작곡가의 진심이 거대한 작품 속에 담겨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교향곡, 오페라, 대규모 소나타 같은 대표작들이 그렇다. 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작품들이다. 하지만 곰곰이 음악을 듣다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작곡가의 목소리가 가장 또렷하게 들리는 순간은 가장 크게 말할 때가 아니라 가장 작게 말할 때다. 수백 명의 연주자와 거대한 구조를 동원하는 교향곡이 아니라, 몇 분 남짓한 소품에서다. 그 작은 형식 안에서 우리는 음악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만나게 된다. 대작에는 대개 목적이 있다. 시대의 작품들과 경쟁해야 하고, 청중과 평단의 비평을 의식해야 한다. 때로는 작곡가 자신의 야심까지 담아야 한다. 작품은 완결되어야 하고, 구조는 설득력을 가져야 하며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 작품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말해주어야 한다. 그 안에서 작곡가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다듬고, 음악적으로 설명한다. 진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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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