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멈칫거리며 생의 다음 수를 두는 시간, 인터메초

아버지의 죽음 이후, 두 형제의 삶은 잠시 멈춘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완전히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태. 상실 이후의 삶을 다시 움직이기 위해선 ‘막간’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노멀 피플’(2020년) ‘친구들과의 대화’(2018년)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작가가 이런 정지된 시간을 응시한 소설이다. 제목(intermezzo)은 음악의 간주곡, 혹은 체스에서 흐름을 깨는 뜻밖의 한 수를 가리킨다. 형 피터는 촉망받는 변호사다. 사회적으로는 안정돼 있지만, 사적인 관계는 무너져 있다. 헤어진 연인과의 미묘한 유대,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관계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합리화하며 흔들린다. 동생 아이번은 체스 선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우연히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지지만, 삶은 그에게도 녹록지 않다. 두 형제는 서로 다른 삶을 살지만, 아버지의 죽음이란 엄청난 상실 앞에서 닮은 얼굴을 드러낸다. 이 소설은 극적인 사건보다 감정의 미세한 결을 중요하게 다룬다. 사랑과 애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