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같은 허구 띄워 현실 비꼰 예술가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젤리그’(1983년)는 1920, 30년대 미국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은 레너드 젤리그란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서진(西晉)의 좌사(左思·250?∼305)도 전국시대 형가(荊軻)를 노래하며 제목에서부터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작품임을 밝힌 바 있다. 형가는 연나라 태자의 부탁을 받고 진시황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자객이다(본 칼럼 37회 참조). 시 제목만 보면 역사 기록에 근거해 형가의 행적을 재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 속의 형가는 역사 속 인물이라기보다 시인의 생각과 가치 판단이 깊이 개입된 존재다. 청나라 학자 하작(何焯)은 이 연작시를 두고 이전의 영사시(詠史詩·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제재로 한 시)와 달리 시인의 마음속 생각을 읊은 변화된 형식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義門讀書記’). 영화에선 주인공 젤리그의 파란만장한 연대기가 펼쳐진다. 젤리그는 누구 곁에 서느냐에 따라 얼굴과 말투, 심지어 신념까지 바뀌는 카멜레온 같은 인간이다. 실제 뉴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