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을 믿은 대가[이은화의 미술시간]〈408〉
해가 바뀌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운세를 점쳐보고 싶어진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의 ‘점쟁이’(1630년대·사진)에 등장하는 청년도 그러했던 듯하다. 젊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노파에게 손을 내밀며 자신의 앞날을 묻는다. 과연 그는 원하던 답을 얻었을까. 그림 속 청년은 화려한 의복과 금장식으로 부와 권력을 과시하지만, 그의 표정은 노파의 입술 끝에 매달린 듯 위태롭다. 정작 그가 경계해야 할 것은 불확실한 예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곁을 파고드는 ‘손’들이다. 노파가 현란한 말솜씨로 청년의 혼을 쏙 빼놓는 사이 공모자 중 한 명은 돈주머니를 슬쩍하고, 다른 한 명은 어깨에 걸린 금색 메달의 끈을 은밀히 끊어낸다. 점쟁이를 가장한 사기꾼 무리의 완벽한 협업 앞에서 청년은 속수무책이다. 라투르는 이 범죄의 현장을 마치 무대 위의 연극처럼 연출했다. 인물들의 엇갈리는 시선과 기민한 손놀림의 대비는 이 사기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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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