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法治)보다 무거운 염치(廉恥), 그 윤리적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기고/인병식]

해발 3700m,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에서 목격한 장면은 경이로움을 넘어선 영적 충격이었다. 성스러운 불단 앞, 산더미처럼 쌓인 시주금 곁에는 그 흔한 감시자도, 탐욕을 막아설 유리 차단막도 없었다. 순례자들은 거스름돈이 필요하면 스스로 그 돈더미에서 필요한 만큼을 꺼내 갔다. 누구도 한 푼을 더 가지려 탐욕을 부리지 않았고, 누구도 남의 시선을 의식해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들에게 양심은 상황에 따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자율적 질서이자 신성과 맞닿은 ‘염치(廉恥)’였다. 감시가 없어도 스스로를 다스리는 그 정갈한 마음이야말로 그 척박한 땅을 지탱하는 진정한 힘이었다.반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자부하며 K-컬처의 화려함을 전 세계에 뽐내는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양심의 실종’이라는 거대한 정신적 공동(空洞)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공적 규범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 할 정치권이 부끄러움을 잊은 채 법치의 근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