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의 관찰자[이은화의 미술시간]〈405〉

눈 덮인 고요한 시골 풍경이다. 사람도 사건도 없다. 대신 짚으로 엮은 울타리의 문 위에 작은 까치 한 마리가 내려앉아 있다. 겨울 햇살이 만든 푸른 그림자가 눈 위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클로드 모네는 평생 약 140점의 눈 풍경을 그렸다. 그중 ‘까치’(1868∼1869·사진)는 그가 남긴 설경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이다. 이 그림은 모네가 인상주의로 향하는 문턱에서 그린 결정적인 작품이다. 겨울에도 야외 제작을 고집했던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이 자연 위에 남기는 효과를 포착하고자 했다. 아는 대로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 그리려고 했다. 눈 위에 드리운 그림자를 검은색 대신 연한 푸른색과 보라색으로 표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자연에서 관찰한 빛의 반사를 그대로 옮기려는 시도였고, 훗날 인상주의를 상징하는 유색 그림자 기법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은 당대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까치’는 1869년 파리 살롱에서 거부당했다. 고전주의 기법에 익숙한 심사위원들에게 모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