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한애란]AI 시대, 수업이 녹음된다
2년 전 한 대학에서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 일이다. 강의실에서 노트북을 펼친 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분위기가 왠지 묘했다. 전반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져 있었다. 적극적으로 딴짓을 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강의를 제대로 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학기가 끝날 때쯤에야 왜 그렇게 느꼈는지 알았다. 아무도 필기를 하지 않았다. 필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수업을 녹음하고 있었다. AI가 강의를 정리해주는 시대 학기 초, 기말고사는 단답형과 짧은 서술형 문제가 섞인 지필고사가 될 거라고 예고했었다. 누군가에겐 C학점을 반드시 줘야 하는 상대평가 강의였다. 학점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를 피하려면 정해진 답이 있는 시험이 나았다. 솔직히 채점하기도 더 편하다. 학생 입장에서 이런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잘 정리된 강의 녹취록이다.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로 클릭 한 번이면 음성 녹음을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다. 모두가 수업을 녹음하는 이유다. 아마도 학생들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