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야, 무우야[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24〉

무야, 무우야 이 짧고 맑은 가을볕 아래 네 희고 둥근 엉덩이로 흙을 조금씩 밀어내고 그 속에 집 짓는 너를 생각하면 나는 사뭇 진지해야 되는데 무야, 무우야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는데 무얼 잡고 힘을 쓰는지 네 희고 둥근 엉덩이로 조금씩 흙을 밀어내고 그 안에 들어가 사는 너를 생각하면 나는 왜 이렇게 즐거우냐 ―이상국(1946∼ ) 연말에 식구가 병이 나 며칠 입원하는 일이 있었다. 퇴원 후 입맛이 돌아오지 않고 핼쑥해져 걱정이었는데 곁에서 본 선배가 “우리 엄마 무를 먹여보자!” 했다. 무? 처음엔 흘려들었는데, 선배의 어머니가 ‘칼무’로 담근 김치를 맛보고 식구의 입맛이 돌아오더니 그때부터 차곡차곡 빠진 살을 되찾는 게 아닌가! 과연 지금껏 맛본 모든 무김치 중 최고의 맛이었다. 선배의 어머니는 연이어 섞박지, 순무김치, 깍두기를 담가 보내주셨고 무는 더 이상 평범한 채소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보약이었다. 새해가 되도록 온통 무 생각에 사로잡힌 와중에 이 시를 읽고 반가웠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