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정신과 의사이자 우울증 환자입니다
어느 밤, 영국 런던의 ‘자살 다리’에서 투신한 남성이 응급실에 실려 왔다. “응급처치는 마쳤으니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간호사의 연락에 당직 근무를 서던 2년 차 정신과 수련의가 물었다. “다리 어느 쪽으로 뛰어내렸나요? 북쪽 구역이 우리 관할입니다.” 피곤에 절어 무심한 말을 내뱉던 의사는 몇 분 뒤 충격에 휩싸였다. 남자는 자신의 환자였다. 영국 국영의료시스템(NHS) 정신과 의사였던 수련의는 몇 달 내내 ‘담당의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결국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이 책은 NHS 정신과 수련의로 10년을 보낸 저자의 회고록이자, 정신과 의사 겸 우울증 환자였던 그의 고백이자 일지다. 우울증 환자가 된 그는 ‘불가피하게’ 환자들의 입장을 진정성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휴직을 신청할 때도 그랬다. 그는 휴직 사유를 ‘창의적인 관심 분야를 좀 더 추구해보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정신질환이 내 기록에 남는 게 걱정된다”는 여타 환자들과 같은 심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