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89년 만에 제 이름 찾은 ‘기테이 손’과 ‘쇼류 난’
1936년 8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는 시상식 직후 일본 측이 마련한 격려 만찬에 가지 않았다. 대신 베를린의 한 두부 공장으로 향했다. 교민 10여 명이 조촐한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 음식이라곤 공장에서 만든 두부와 김치가 전부였다. 공장 벽엔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조금 전 시상식에서 가슴의 일장기를 월계수로 가렸던 손 선수는 그날의 소회를 훗날 자서전에 적었다. “잃었던 조국의 얼굴을 대하는 것 같아 몸이 부르르 떨렸다. 감시의 눈을 피해 태극기가 살아 있듯 우리 민족도 살아있단 확신이 들었다.” 그 두부 공장의 주인은 안중근 의사의 사촌 동생 안봉근이었다. ▷승전보를 안고 돌아온 24세 청년은 방송에서 일본을 찬양하는 인터뷰를 강요당했다. “저는 손기정입니다. 이 승리는 내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일본 국민의 승리라고 하겠습니다.” 그의 유품인 한 음반에 이런 육성이 담겨 있었는데 “크게 읽어, 크게 읽어”라고 지시하는 목소리가 함께 녹음됐다. 손 선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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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