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의 사談진談/송은석]기록된 히로시마의 참상, 지워진 광복의 기쁨
3일 오전 9시 30분경 일본 도쿄 에비스 사진미술관 앞에는 문도 열기 전 이미 스무 명이 넘게 줄을 섰다. 대부분 ‘히로시마 1945-원폭 80년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히로시마 원폭은 ‘반딧불의 묘’나 ‘이 세상의 한구석에’ 같은 만화 애니메이션으로만 접했다. 만화 속 장면들도 가슴을 먹먹하게 했지만, 실제 피해 모습을 사진으로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한국인으로서 식민통치 가해자였던 일본이 피해자로 둔갑한 모습이 불편해 의도적으로 피했다. 그러나 그런 이분법을 넘어서 사진이라는 기록이 가진 무게를 전시회에서 느꼈다. 전시장의 공기는 무거웠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들. 혼자서 조용히 사진 앞에 서 있는 금발의 외국인도 있었다. 마치 묵념이라도 하듯 모두 사진 속 장면 하나하나에 시선을 고정했다. 전시회의 첫 번째 사진은 올려다본 버섯구름이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인근 계곡에서 놀던 중학생 야마다 세이소가 본능적으로 주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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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