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사건 없이도 울림이… 삶을 닮은 클래식[허명현의 클래식이 뭐라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감동을 받을 때는 언제일까.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폭발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낼 때? 유명한 성악가가 공연장 천장을 울리는 고음을 낼 때? 그런 장면들도 물론 인상 깊지만, 내가 진짜 울컥하는 순간은 다른 데 있다. 누군가의 일상을 닮은 음악을 들을 때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움직인다. 감동은 생각보다 화려한 장면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정직한 감정에서 온다. 마치 내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처음 들었을 때가 그랬다. 이 곡은 말 그대로 ‘겨울에 길을 떠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실연의 아픔을 안고, 눈 내리는 들판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남자의 내면을 24개의 노래로 그린 작품이다. 놀랍게도 여기엔 대단한 서사가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걷는다. 발걸음은 무겁고, 바람은 차갑다. 눈은 그치지 않고 내린다. 누구에게도 그 감정을 내보이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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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