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닌 자리[내가 만난 명문장/백민석]
“사람이었던 자리에서 사람 아닌 자리로 밀려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사람은 어떤 눈과 어떤 목소리를 덧입게 되는 것일까요.” ―이제니 ‘새벽과 음악’ 중삶의 어떤 요소가 빼어난 작품을 창작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세기에 문학을 시작한 필자는 작가의 불행이, 특히 가난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시 필자가 공부했던 작가들은 고생하며 살다 죽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이제니 시인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동료 시인을 생각하며 고통과 불행이 시에, 그리고 그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잔잔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세상도 있다. 이미 1990년대에 창작자가 제대로 된 창작을 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든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에서 가난은 창작의 지렛대가 아니라 족쇄다. 필자는 문예창작과를 다녔는데, 이 결핍투성이 작가 지망생에게 불행투성이 옛날 작가들의 작품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이미 가난이나 불행하고는 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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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