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말랭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510〉

외할머니가 살점을 납작납작하게 썰어 말리고 있다내 입에 넣어 씹어 먹기 좋을 만큼 가지런해서 슬프다가을볕이 살점 위에 감미료를 편편 뿌리고 있다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꼬들해졌다그해 가을 나는 외갓집 고방에서 귀뚜라미가 되어 글썽글썽 울었다-안도현(1961∼ )날씨는 힘이 세다. 그것은 사람의 기분과 행동, 생각을 결정할 수 있다. 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날씨 하나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참으로 좋다. 하늘 아래 살면 응당 그래야 맞다. 날씨에 따라 마음의 춤을 추고 때론 마음의 울음을 우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장마가 오면 할 수 없는 일. 꼭 가을이 되어야만 잘할 수 있는 일. 그건 바로 무말랭이 말리기다. 여름 지나 가을에 펼쳐 내야지 생각하고 간직했던 시를 미리 소개한다. 습기와 싸워야 하는 지금 읽기에는 가장 부적절한 시. 그러나 보송한 햇살이 그리운 마음이 향하기에는 가장 적절한 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유년은 외할머니에게 기대어 있다. 그녀는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