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 봬도 내가 솜씨가 좋아”[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어른들 어깨너머로 들었다. 솜씨 좋은 가게를 가려거든 애먼 데 헤매지 말고 오래된 간판에서 사람 이름부터 찾으라고. 이를테면 순희식당, 예원세탁소, 슬기빵집, 지영미용실 같은 간판들. 특히나 자식 이름을 건 가게라면 눈 딱 감고 믿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찾아갔는데 외양은 낡았어도 문가가 깨끗하면 거긴 그냥 들어가면 된다고. 사람들 들락거리는 자리가 말끔하다는 건 주인의 깐깐하고 부지런한 성정을 보여주는 거니까. 동네 수선집에 찾아갔다. 먼저 있던 손님이 ‘경아 엄마’ 부르자, 바늘꽂이를 손목에 찬 주인 아주머니가 나왔다. 제대로 찾아왔구나. 경아는 딸아이의 이름일 터. ‘경아패션’이란 간판을 보고 들어온 참이었다. 켜켜이 쌓인 옷가지와 알록달록한 실패들 사이에 걸려 있는 아기 사진을 보니, 경아는 벌써 아기 엄마가 되었나 보다. 밑단이 뜯어진 바지를 보며 아주머니는 혀부터 찼다. “기계로 죄 박아버렸네. 나는 다 손으로 해. 핸드메이드야.” 이어서 원피스 기장을 줄여 달라니까 “무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