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지금 어디에[이은화의 미술시간]〈379〉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여인이 우물에서 나오고 있다. 손에는 채찍을 들었다. 여자는 화가 난 건지 입을 벌려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누구한테 화가 난 걸까. 무엇 때문에 우물에서 나오는 걸까. 대체 저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이 인상적인 그림은 프랑스 화가 장레옹 제롬이 그린 ‘우물에서 나오는 진실’(1896년·사진)이다. ‘진실은 우물 속 깊은 곳에 숨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격언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제롬은 19세기 프랑스 신고전주의 회화의 대가로, 신화나 역사 속 장면을 매혹적으로 그려내 큰 명성을 얻었다. 이 그림은 고전주의 형식을 띠지만 내용은 시대를 향한 날 선 비판을 담고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를 휘감았던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논평으로, 화가는 진실이 왜곡되고 은폐된 채 우물 깊숙이 감춰져 있다고 느꼈다. 국가 권력에 의해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드레퓌스 대위 사건에 화가 났을 테고 진실을 그림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