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이 필요한 이유[내가 만난 명문장/김목인]

“껍질이 딱딱한 이유는 단단한 뼈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류한창 ‘갑각류’ 중작가가 없는 조용한 전시장에서 이 절묘한 문장을 만났다. 전시 소식은 관람 1시간 전 작가와 문자메시지를 나누다가 슬쩍 알게 됐는데, 쑥스러움이 많은 그는 장소나 제목을 남기지 않았다. 결국 검색을 해서 찾아갔다. 내가 지인의 전시를 꼭 챙기는 의리파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아니다. 나는 이런 일이 생기면 갈지 말지를 두고 늘 고민한다. 특히 해당 주간에는 공연 일정이 있었기에 따로 시간을 내느니 듣자마자 가는 쪽을 택했다. 문장 위에는 자기 키만 한 집게발을 쓴 사람이 슬며시 밖을 내다보는 모습의 일러스트가 있었다. 분명 작가의 모습이자 별반 다르지 않은 나의 모습이었다. 껍질의 투명도가 다를 뿐 살짝 숨어 있는 사람들, 늘 자신을 더 드러내 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 나는 곧 있을 공연을 생각했다. 사람들은 내 성격에 대해 알고 나면 그런 사람이 어떻게 무대에 서느냐며 신기해했다. 또 무대 위의 내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