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507〉

새 한 마리 날아와밥 차리다 말고 시를 쓴다햇살 밥 바람 반찬 펼쳐 놓은둔치 밥상 위에다콕콕암팡지게 쓰고 또 쓴다어느결에 강물 한 종지 떠와서는쓴 것 지우기를 수십 번마음 적실 문장 하나 애타게 찾는다쉴 새 없이 방아 찧는 부리를 바라보며강물이 던지는 한 말씀그만 지우란다정말 쓰고픈 말은행간에 숨겨두는 거라면서통통 튀며 박수받고픈물수제비는 흘려보내란다두리번거리느라 핏발 선 눈부터 지우란다그냥 흘러가란다―김달교(1954∼ )‘시인’을 빨리 읽으면 ‘신’이라고 들린다. 인간인 시인과 초월적인 신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렇지만 시를 공부할수록 시인이 신에 가까이 가는 사람들로 보인다. 본디 신이란 여기 없고 거기 있으며 아주 크고 대단하다. 모두 그렇게 생각할 때 나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사실 신은 거기 없고 여기 있으며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모르는 작은 신이 있어, 나의 하찮은 순간들을 지탱해주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학술이 아닌 믿음의 차원에서 생각한다. 나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