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광영]임신부 미끄러진 휘발유에 태연히 불 댕긴 지하철 방화범

임신부는 지하철 열차 바닥에 넘어지면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샌들 두 짝도 모두 벗겨졌다. 몇 초 전만 해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던 그였다. 주변의 비명 소리에 황급히 발걸음을 떼다 바닥에 흥건하던 휘발유에 미끄러졌다. 쓰러진 임신부 뒤로 4, 5m의 ‘휘발유 길’이 나 있었다. 그 끝에 한 60대 남성이 있었다. 그는 뿌려놓은 휘발유 위로 불붙인 옷을 던졌다. 시뻘건 불길이 순식간에 뻗어 나가 샌들과 휴대폰을 집어삼켰다. 임신부가 맨발로 일어나 피한 지 2, 3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31일 방화 사건이 난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폐쇄회로(CC)TV에 담긴 당시 상황이다. 토요일 아침이던 그 시각 승객들은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방화범 원모 씨가 가방에서 노란 휘발유가 담긴 유리병을 꺼냈을 때 이를 알아본 승객은 없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익숙한 일상 공간에서 난데없이 휘발유가 흩뿌려졌고 이내 불길이 치솟았다.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