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 잃은 한명회 은거지 ‘압구정’… 300년 뒤 강남 富村의 상징으로[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200년 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모습입니다. 요즘은 고층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지요.” 기획자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관객들 사이에 웃음과 탄성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지금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겸재 정선’의 한 장면이다. 조선시대 산수화 한 점을 보면서 이렇게 관객들이 즐거워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오늘날 압구정동은 한국식 자본주의의 상징 같은 곳으로, 늘 국민적 관심을 받아 왔다. 이곳 아파트의 거래가는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가 되고,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한국의 유행 1번지’라는 말로 대표될 만큼 1990년대 패션과 소비 문화의 실험장이었다. 그런데 조선의 대표 화가 겸재 정선이 300년 전 그린 압구정의 풍경은 너무나 소박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초가집 사이로 기와집이 간간이 보일 뿐,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모습으로 오늘날과는 전혀 달라 보인다.정선의 그림 한가운데 약간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집이 바로 조선 전기의 세력가 한명회의 집이다. 한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