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을 부탁해[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요즘 나는 동네 곳곳에서 잠복 중이다. 담벼락이나 의류 수거함, 자동차 뒤꽁무니에 숨어 아홉 살 쌍둥이 형제를 염탐한다. 골목이 얽혀 있는 오래된 동네는 조심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아이들은 밖을 나선다. 현관 밖으로, 아파트 밖으로, 울타리 밖으로 동네를 자박자박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곧잘 심부름도 다녀왔다. 의연한 엄마인 척했지만, 겁도 부끄럼도 많은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나는 멀찍이 숨어서 뒷모습을 지켜보았다.“음료수 좀 사다 줄래?” 첫 심부름은 자판기 심부름이었다. 지폐를 주고 각자 음료수를 뽑아 오라고 했다. 주뼛주뼛 자판기 근처만 서성이던 아이들에게 때마침 지나가는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지폐를 넣는 법, 버튼을 누르는 법, 음료수를 꺼내는 법을 알려주었다. 음료수를 트로피처럼 들고서 신나게 달려온 아이들. 감사 인사는 드렸는지 묻자 깜빡 까먹어 버렸단다. 잊지 못할 첫 심부름 이후 “우유 좀 사 올래?” “꽈배기도 사 오렴” “분리수거 도와줄래?” 아이들에게 시시콜콜한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