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가 좀 보세요[내가 만난 명문장/김소연]
“레오는 인간이 만드는 것들이/자연에 존재하는 것보다/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루이즈 글릭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중이 문장은 ‘노래’라는 시의 중간 즈음 등장한다. 잊고 싶지 않아서 이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었다. 이 구절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레오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한 채로 이 시와 잠시 어긋나기 시작했다. 자연에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것과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구절은 이렇게 진행된다. “나는 아니라고 하고,/그러면 레오가 말한다/기다렸다가 좀 보세요” 정확히 3초 뒤에 나는 레오의 생각에 동의하게 됐다. 루이즈 글릭의 시는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읽는 이를 쥐락펴락한다.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느낌 때문에 모퉁이가 많은 골목길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가는 듯하다. ‘기다렸다가 좀 보세요’. 이 문장은 확신이 담겨 있어서 좋다. 권유가 담겨 있어서 더 좋다. 기다림에 이미 포함돼 있는 인내심과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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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