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봄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503〉

어여쁨이야어찌꽃뿐이랴눈물겹기야어찌새 잎뿐이랴창궐하는 역병(疫病)죄에서조차푸른미나리 내음 난다긴 봄날엔……숨어 사는섧은 정부(情婦)난쟁이 오랑캐꽃외눈 뜨고 내다본다긴 봄날엔……―허영자(1938∼ )10년 전 이 칼럼을 처음 맡았을 때 작은 텃밭의 관리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꽃씨를 골라 심는 마음으로 시를 소개했다. 아무 댓글이 없어도 텃밭은 점점 더 소중해졌다. 행인이 잠시 꽃에 눈길을 주듯, 누군가 잠시 시에 머물다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10년 전의 글을 보니 나는 김종삼을 좋아했다. 천상병과 김현승을 좋아했다. 그리고 허영자 시인을 좋아했다. 맑고 깨끗하고 고고하고 따뜻한 시인을 좋아했다. 좋아하던 그 마음으로 10년 만에 다시 허영자 시인의 시를 소개한다. ‘어여쁜 것이 어찌 꽃뿐이랴’는 말은 사람이 어여쁘다는 것이다. 당신이 어여쁘다는 말이다. ‘눈물겨운 것이 어찌 잎뿐이랴’는 말은 사람이 눈물겹다는 것이다. 당신과 당신의 삶이 눈물겹다는 말이다. 병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