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기리는 노래[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502〉

(생략)설거지통 앞하얀 타일 위에다밥그릇에 고인 물을 찍어시 한 줄을 적어본다네모진 타일 속에는그 어떤 암초에도 닿지 않고 먼 길을 항해하다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그의 방주가 있다눈물로 바다를 이루어누군가가 방주를 띄울 수 있도록 하는 자에게는복이 있나니,혼자서 노래를 부르며 우는 자에게는복이 있나니,복이 있나니평생토록 새겨왔던 碑文(비문)에습한 심장을 대고 가만히 탁본을 뜨는자에게는―김소연(1967∼ )장담하건대 이 시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사람이 수십, 수백 명일 것이다. 이런 시가 세상에 존재하는 줄을 몰라서 그렇지, 사실 이 시를 경험한 듯 느낄 사람은 수천, 수만 명일 것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어떻게 눈물의 설거지를 경험하지 않을 수 있나. 뽀드득 힘주어 그릇을 부시는데 눈물 콧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아예 잘됐구나’ 싶어 설거지통에 눈물과 콧물을 함께 떨구는 그런 경험 말이다. 물론 이 시에는 싱크대를 붙잡고 울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설거지를 하다가 물을 찍어 자세히 보기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