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안긴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317〉
대갓집 자제들 앞다퉈 그대 뒤꽁무니 쫓았지만미녀 녹주(綠珠)가 그랬듯 그댄 그저 비단 수건에 눈물만 떨구었지.귀족 집안에 들어갔으니 거긴 바다처럼 깊은 곳.그로부터 이 몸은 완전 남이 돼버렸지.(公子王孫逐後塵, 綠珠垂淚滴羅巾. 侯門一入深如海, 從此蕭郞是路人.)―‘떠나버린 여종에게(증거비·贈去婢)’ 최교(崔郊·당대 중엽)미녀를 놓친 한 사내의 체념 어린 넋두리인 듯하지만 사연은 단순치 않다. 귀족 자제들이 반했다는 이 미녀는 원래 시인의 고모 집 여종이었고 둘은 한때 연인 사이기도 했다. 그러다 여종이 양주사마(襄州司馬) 우적(于頔)의 집안에 팔려 가면서 둘은 서로 남남이 되고 말았다. 이게 시에 나타난 사연의 전모다. 한데 이 시에 뒷얘기가 따른다. 심해처럼 깊숙한 곳에서 눈물만 떨구던 미녀를 우연히 재회하게 되자 시인은 그간의 응어리를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 뜻밖의 반전. 시를 접한 우적이 둘의 사연을 듣고는 미녀를 방면했고 혼인까지 주선해 준다. 시 한 수로 사랑을 되찾았다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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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